‘인간은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’는 명제는 우리를 뿌듯하게 만든다. 사색과 명상이야말로 인류 진화를 이끈 동력이겠다. 끊임없이 ‘왜’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 자체를 사유(思惟) 하는 것이 인문학(Humanities)이라면, 그것은 결코 교실에 갇힌 학문일 순 없다.
한 잔의 좋은 커피를 마주하는 어느 곳에서라도 인문의 바다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은, 커피가 주는 또 하나의 축복이다. 카페인의 뇌기능 활성화, 클로로겐산의 항산화 효과, 트리고넬린의 뇌세포 재생 촉진 등 주요 성분들의 작용을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된다. 좋은 커피는 향기만으로도 우리에게 행복을 선사한다.
바람에 실려 오는 커피의 향기는 뱃사람들을 홀린 사이렌의 노래보다도 떨칠 수 없는 유혹이다. 스페셜티 커피(Specialty coffee)를 볶은 뒤 분쇄하는 순간 피어나는 향기는 지그시 눈을 감기게 한다. 왜 우리의 관능은 커피의 향기 앞에서 어린양처럼 사분사분해지는 것일까?
누군가 ‘커피의 향미를 즐기는 것이냐, 아니면 향미를 감상하는 행위를 누리는 것이냐’를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힘들다. 왜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 걸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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